[박재항의 소소한 통찰] 대통령도 배출 못한 '낀 세대'…미국 X세대의 슬픔

입력 2024-02-28 18:13   수정 2024-02-29 00:21

‘69-64-46-54-47-70-78.’

무슨 수열일까? 참고로 다음에는 78 이상의 수가 올 확률이 거의 100%다. 바로 1981년 로널드 레이건부터 현재의 조 바이든까지 미국 대통령이 취임할 당시의 나이다. 이 중 가장 젊은 나이인 46세에 대통령이 된 이가 빌 클린턴이다. ‘아들 부시’로 불리는 조지 W 부시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들었다고 느껴지지만, 1946년생으로 클린턴과 동갑이다. 아들 부시의 뒤를 이은 버락 오바마는 1961년생으로 40대에 당선되면서 다시 젊은 대통령의 시대를 열었다. 오바마 이후 도널드 트럼프가 70대의 나이로 취임 선서를 하면서 미국 대통령 연령대가 확 올라갔다. 그런데 트럼프도 아들 부시, 클린턴과 동갑내기다. 42대 미국 대통령인 클린턴부터 45대 트럼프까지 네 명의 대통령이 미국식 세대 구분으로 따지면 모두 베이비부머에 속한다.

미국에서 베이비부머는 대체로 1946~1964년 출생자를 일컫는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복귀한 이들이 가정을 형성하며 이 시기의 출생아 수가 급격히 늘었다. 한국에서도 미국식 구분을 따라 같은 연령대를 베이비부머라고 칭하는 경우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6·25전쟁 이후 안정기에 접어드는 1955년 정도에서 1970년대 초·중반기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미국 베이비부머의 막내 집단에 속하는 오바마 이후에는 X세대가 대통령이 됐어야 시대 흐름상 자연스러웠겠지만, 베이비부머의 선두인 1946년생 트럼프로 갔다가 다음에는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 1942년생인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직에 올랐다.


바이든은 1925~1945년 사이에 출생한 ‘조용한 세대(Silent Generation)’다. 조용한 세대 전에는 2차 세계대전 승리를 이끈 ‘위대한 세대(Greatest Generation·GI)’가 있다. 조용한 세대는 전쟁에서 승리하며 위대하다고 자처하는 윗세대와 숫자만으로 다른 세대를 압도하고 젊음과 변혁의 이미지를 독점하다시피 한 베이비부머 사이에 ‘낀 세대’로 일컬어진다.

이런 조용한 세대에서도 대통령을 배출했는데, 1965~1979년 사이 출생한 X세대 출신 대통령이 아직이다. 이제 X세대의 선두 그룹이 60대로 접어들려고 하니 시간이 많아 보이지만, 미국 세대 연구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진 트웬지는 벌써 미국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할 유일한 세대로 X세대를 지목하고 있다. 숫자에서는 베이비부머에, 기술 경쟁력에서는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난 밀레니얼 세대에 밀리는 ‘21세기의 낀 세대’라고 한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11일 일요일에 열린 미국의 프로 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에서 최고의 화제 인물은 단연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였다. 스위프트는 1989년생으로 밀레니얼 세대다. 미국 프로 미식축구연맹의 커미셔너까지 스위프트에게 감사를 표할 정도였다. 경기 외에도 30초 광고 단가가 우리 돈으로 90억원이 넘는 슈퍼볼 광고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이번 슈퍼볼 광고의 최고 스타는 보디빌더에서 ‘터미네이터’ 등에 출연한 영화배우가 됐다가, 정치인으로 변신해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낸 1947년생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배트맨 영화의 빌런인 펭귄 역으로 유명한 1944년생 영화배우 대니 드비토였다. 슈워제네거와 드비토는 베이비부머다. 다수의 유명 X세대 배우들이 광고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화제성과 평가에서 앞뒤 세대 출연자들에게 현저히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에 이어 광고에서까지 ‘낀 세대’로, 미지(未知)에서 부재(不在)의 ‘X’로 가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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